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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화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

by 로즈마리쏭 2025. 4. 4.

화성은 인류가 지구를 떠나 정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평균 기온 영하 60도, 극도로 희박한 대기, 방사선과 낮은 중력 등, 화성은 인간에게 결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이 글은 단순한 과학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서, 인간이 그곳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각도로 성찰한다. 생리적 조건부터 정서적·사회적 요인까지,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화성에 진정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담겨 있다.

사람이 화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
사람이 화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 화성에서의 생존을 말하기 전에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화성에서의 생존’은 한때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상상을 조금씩 현실로 옮기려 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수차례의 로켓 발사를 통해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디뎠고, NASA 또한 유인 탐사를 목표로 수년 내 미션을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과연 화성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는 ‘살아간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건, 자연의 품 안에서 태어나고, 숨을 쉬고, 햇볕을 받으며,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사회를 이루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리적 욕구뿐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연결이 유지되는 환경이 바로 인간의 생존 조건이다. 단순히 숨만 붙어 있다고 해서 그게 ‘사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화성에서의 생존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단지 산소를 공급받고 음식을 확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활, 감정적 안정, 사회적 구조까지 포함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화성은 인간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평균 기온은 영하 60도 안팎,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고, 산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압은 지구의 1% 수준이라, 압력 없이 노출되면 몇 분도 버티기 힘들다. 지구의 자기장이 태양풍을 막아주듯, 화성에도 그런 보호막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방사선은 끊임없이 뚫고 들어오고, 그에 따른 건강 문제는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먼지 폭풍은 때때로 수백 킬로미터를 휘몰아치며 수일 동안 계속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려면, 단순히 과학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이 왜 그곳에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살아간다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화성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 극복이 아닌 적응의 자세

화성에 정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화성이라는 환경을 철저히 이해하는 일이다. 지구에서처럼 모든 것이 ‘주어지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의 기후, 지형, 자원, 주기적인 변화들을 미리 읽어내고, 그에 맞춰 인간의 삶을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대기 성분은 지구와 너무나 다르다. 우리가 숨 쉬기에 적합한 산소는 거의 없고, 대신에 이산화탄소가 지배적인데, 이를 역이용해 인공 광합성이나 화학적 환원 반응을 통해 산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미 이런 기술은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 중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려면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성이 관건이다.

또한 화성의 낮과 밤, 계절에 따른 기온 차를 견딜 수 있는 주거 구조도 중요하다. 극한의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열 차단 시설, 방사선을 피할 수 있는 지하 혹은 두꺼운 복합 소재의 벽체가 요구된다. 단기 체류가 아닌 장기 정착을 전제로 한다면, 이런 주거 시스템은 단순한 보호소가 아니라, 자급자족 가능한 생태 모듈로 설계돼야 한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대기압을 유지하며, 내부 식량 생산과 수질 정화 시스템까지 갖춘 복합 주거지가 필요한 셈이다. 말 그대로, 화성 안에 ‘작은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표의 자원도 중요한 변수다. 화성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지하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추출해 식수 및 생활용수, 심지어 수소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면 큰 장점이 된다. 하지만 이런 자원 채굴에는 고도의 기계 기술과 함께 에너지원이 필수인데, 화성에서는 태양광 활용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화성의 낮은 태양 조도와 먼지 폭풍을 고려할 때,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여러 대의 패널과 백업 시스템이 필수다. 결국 화성에서 살아간다는 건, 매 순간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환경과 공존하는 법을 찾아가는 일이 될 것이다. 생존이 아니라 ‘적응’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인간 사회를 이식한다는 것: 기술 너머의 공동체

화성에서의 생존이 단지 과학기술로만 해결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거기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기술만으로 살지 않는다. 외부의 물리적 조건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정신적, 사회적 조건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 낯선 행성에서의 고립감, 폐쇄된 환경에서의 스트레스, 관계의 단절은 장기 체류에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단기 탐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심리적 요인들은, 이주와 정착이란 단계에서는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우리가 화성에서 살아가려면,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삶’이 가능해야 한다. 공동체가 필요하고, 문화가 필요하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화성 거주 계획은 단순히 건설과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 사회를 우주에 ‘이식’하는 작업이다. 누가 거기에 살게 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공동체가 조직될 것인가, 지구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인가—이 모든 것은 정치, 경제, 윤리, 문화가 얽힌 복합적 질문들이다. 거주민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이 된다. 그들에게는 권리와 의무, 갈등과 협력의 구조가 생기고, 이는 새로운 우주 사회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한 화성 이주는 우리에게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지구를 떠나려 하는가? 단지 생존 때문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더 갈망하기 때문인가? 인류는 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전해 왔지만, 동시에 수많은 실수와 파괴도 반복해왔다. 화성은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지만, 지구에서의 실패를 그대로 가져가는 두 번째 실수일 수도 있다. 그래서 화성에서의 삶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문명을 만들고 싶은지를 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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