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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by 로즈마리쏭 2025. 3. 30.

영화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2010년작 범죄 드라마로, 권력의 부패와 조직 내부의 은폐, 거래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연쇄살인사건의 압박 속에서 경찰과 검찰이 실적을 위해 가짜 범인을 만들어내고, 이를 덮기 위한 거래가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묵직하게 드러낸다.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연출,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작이다.

영화 &lt;부당거래&gt; - &quot;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quot;
영화 <부당거래>

 

영화 줄거리

2000년대 중반, 서울에서는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경찰은 사건 해결에 난항을 겪지만, 상부에서는 성과를 강하게 압박한다. 수사를 지휘하던 광역수사대 형사 최철기(황정민)는 승진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실적을 위해 조작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종결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는 주변의 협조를 얻어 신체적·지능적으로 수사에 불리한 ‘희생양’을 고르고, 계획적으로 자백을 유도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한편, 검찰 측에서도 움직임이 시작된다. 검사 주양(류승범)은 내부의 권력 다툼 속에서 정치적 입지를 키우기 위해, 경찰의 부당한 수사와 비리를 캐내려 한다. 그는 최철기의 약점을 잡기 위해 경찰 내부의 스폰서 비리, 폭력, 조작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러면서 주양 역시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인 거래와 타협을 서슴지 않는다.

영화는 정의의 수호자처럼 보이는 경찰과 검찰이 각자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때론 손을 잡고, 때론 배신하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그린다. 최철기는 정의보다는 출세를 위해, 주양은 진실보다는 권력을 위해 움직이며, 어느 쪽도 순수한 정의의 편이 아님이 드러난다.

결국 진범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작된 범인이 범인으로 발표되며 사건은 일단락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무수한 부패와 협잡은, 관객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강하게 던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최철기의 명대사가 상징적으로 남는다. 영화는 이처럼 도덕적 회색지대에 놓인 인물들을 통해 한국 사회 시스템의 모순과 비극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 명대사로 본 부당거래의 현실 풍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이 짧지만 강력한 한 마디는 영화 〈부당거래〉의 서사를 압축하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핵심적인 대사다. 극 중 광역수사대 형사 최철기(황정민)가 자신의 윗선과 조직의 비리를 견디다 못해 뱉은 이 말은, 단순한 불만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침묵과 인내 끝에 찾아온 깨달음이며, 부조리한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이 얼마나 무뎌지고 왜곡되는지를 드러낸다.

이 대사는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관계의 왜곡을 정확히 포착한다. 처음에는 자발적인 ‘배려’나 ‘헌신’으로 시작된 행동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에게 ‘기대’가 되고, 끝내 ‘권리’처럼 요구되는 현상은 현실 속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상사는 부하의 야근을 당연히 여기고, 기업은 노동자의 희생을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착각하며, 시민은 공무원의 친절함을 기본값이라 간주한다. 자발적 호의가 구조적 착취로 전환되는 이 과정은 〈부당거래〉가 지적하는 부패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영화 속 최철기 역시 처음에는 실적을 위해 조직에 충성하고, 윗선의 요구를 묵묵히 따르며, 조용히 움직이는 일명 ‘필요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받고, 결국에는 법과 양심을 저버리는 상황까지 내몰린다. 그의 호의는 조직에 의해 착취되고, 당연시되며, 강요로 바뀐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 자각의 순간이 바로 이 명대사가 터져 나오는 지점이다.

이 말이 더욱 강력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개인의 좌절을 넘어 한국 사회의 조직 문화와 권력 구조를 통째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위계, 공공기관의 관행, 정치적 거래, 심지어 가족 내에서도 이 구조는 반복된다. 계속되는 호의는 결국 의무가 되고, 그 의무를 거부하는 순간 배신자가 된다. 그리고 그 구조는 점점 더 공고해진다. 〈부당거래〉는 그 현실을 형사, 검사, 스폰서의 삼각 구도 안에서 생생하게 그려낸다.

결국 이 대사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가? 그 호의는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이렇게 되묻는다. “지금 당신이 받는 ‘요구’는 정말 정당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착각한 권리일 뿐인가?” 이처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윤리의 마비와 도덕적 경계의 붕괴를 날카롭게 꼬집는 경고이자 풍자다.

〈부당거래〉는 이러한 명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불편한 진실을 들이민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수많은 관계 속의 모순이며, 더 나아가 우리가 외면하거나 방조했던 현실의 얼굴이다. 그리고 이 말은 단지 영화 속 인물의 대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곱씹어야 할 질문이 된다.

 

부당거래의 실제 모델은 누구? 현실 사건과의 유사점 분석

영화 〈부당거래〉는 2010년 개봉 당시 “이토록 현실적인 범죄영화는 처음”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이 작품은 허구의 스토리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경찰과 검찰의 비리, 실적을 위한 조작 수사, 스폰서 문화, 권력형 담합 등은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과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감독 류승완 역시 “이 영화는 픽션이지만, 취재와 자료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현실 속 사건과 인물은 누구일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례는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스폰서 검사 사건'이다. 이 사건은 부동산 업자나 건설업체 대표 등이 검사들에게 향응, 금품, 성접대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는 폭로에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해당 사건은 당시 검찰 조직에 큰 충격을 안겼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도 ‘스폰서’라는 존재는 형사나 검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사건의 흐름을 조작하거나 무마시키는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이 부분은 현실의 스폰서 사건과 거의 흡사하다.

또한 영화의 중심 서사인 ‘실적을 위한 가짜 범인 조작’은 여러 유명한 공안 조작 사건들과 유사점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0년대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 1999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그리고 2000년대 초 익산 약국 강도 살인사건 등이 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이 사건 해결을 서두르거나 상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정황상 불리한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거나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종결했다는 점이다. 〈부당거래〉의 최철기 형사 역시 이런 상황에 몰린다. 언론과 윗선의 압박 속에서 그는 연쇄살인사건을 빨리 끝내기 위해 조작된 범인을 세우고, 자백을 만들어내며 사건을 종결시킨다. 현실 속 사건들과의 유사성은 명백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지점은 영화 속 검사 주양(류승범)의 행동이다. 그는 경찰의 비리를 파헤치는 듯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출세와 권력 강화를 위해 움직인다. 이 구조는 실제 사법 기관 내부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권력 암투의 단면이다. 특히 2005년 검찰 인사 청탁 및 내부 고발자 탄압 사건이나 2006년 서울중앙지검과 경찰 간의 수사권 갈등 등은 〈부당거래〉의 배경과 매우 흡사한 맥락을 제공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장악하기 위해 경찰의 치부를 폭로하고, 경찰은 검찰의 비리를 은폐하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이 구조는 영화 속 권력 게임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결국 〈부당거래〉는 단지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을 모델로 삼은 것이 아니라, 2000년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반복되었던 권력형 범죄, 조작 수사, 부패 구조, 조직의 침묵 등을 종합해 재구성한 ‘현실의 복합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실제 사건의 디테일을 따르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와 시스템의 비극을 폭로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바로 그 점이 〈부당거래〉를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닌 사회 비판 영화로 만들었다.

이처럼 〈부당거래〉는 현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냉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이 작품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이 불편할 정도로 사실적인 반영성 때문이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 믿고 있는 정의는, 과연 누구의 정의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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