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단순한 탐사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가 지구 밖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 거대한 질문 그 자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 붉은 행성을 향해 수많은 로봇을 보내고, 그곳의 지형과 기후, 토양 속 흔적을 통해 과거의 단서를 추적해왔다. 이 글은 바이킹호부터 퍼서비어런스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의 화성 탐사 성과를 정리하고, 유인 탐사를 앞두고 우리가 어떤 기술과 철학, 준비가 필요한지를 조명한다. 우주 시대를 앞둔 오늘, 우리는 화성에서 어떤 길을 상상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처음 화성을 바라봤던 그때부터: 화성 탐사의 역사와 현재까지의 발자취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붉은 별, 화성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 별에 전쟁의 신 마르스의 이름을 붙였고, 망원경의 등장 이후에는 화성의 표면에 선명한 ‘운하’ 같은 무늬가 보인다는 이유로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물론 그런 상상은 과학의 발전과 함께 대부분 부정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성은 여전히 ‘지구 외 생명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의 탐사를 통해, 우리는 이제 화성을 단순한 관측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 발을 디딜 수 있는 실질적인 탐사 공간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화성 탐사의 첫걸음은 1960년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우주 경쟁 속에서 시작됐다. 소련이 최초로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린 것은 1960년대 초반이었지만, 초창기 시도들은 거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다 1971년, 소련의 ‘마스 3호’가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고 짧은 시간 동안 착륙까지 감행하면서, 화성 탐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성과는 NASA의 ‘바이킹 1호’(1976)로부터 비롯된다. 바이킹 1호는 화성 표면에 처음으로 안전하게 착륙해 지표의 사진을 보내왔고, 간단한 생화학 실험도 수행했다. 비록 뚜렷한 생명체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 첫 사진 한 장은 인류가 외계 행성의 실제 땅을 육안으로 본 최초의 순간이었다.
이후 수십 년간 화성 탐사는 점점 정밀해졌고, 동시에 목적도 달라졌다. 처음엔 단순히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가?”를 묻던 데서, 점차 “화성은 과거에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환경이었는가?”, “지금도 물이 존재하는가?”, “사람이 갈 수 있는가?”로 질문이 확장되었다. 2000년대 초반, NASA는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라는 쌍둥이 탐사차량을 화성에 착륙시켰고, 이들은 원래 계획된 임무 기간을 훨씬 넘기면서도 지표 분석과 지형 사진 전송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오퍼튜니티는 무려 15년 가까이 활동하며 과거 물이 흘렀던 흔적과 토양 성분을 찾아냈고, 이는 화성이 한때 비교적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가졌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큐리오시티(2012년 착륙), 인사이트(2018년 착륙), 퍼서비어런스(2021년 착륙) 등 다양한 탐사선이 연이어 화성에 도착하며 탐사의 깊이와 폭을 한층 넓혔다.
퍼서비어런스와 인사이트의 시대: 우리가 지금 화성에서 보고 듣는 것들
현재 화성의 표면에는 인간이 만든 기계들이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활동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존재는 단연 NASA의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다. 2021년 2월,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의 예제로(Jezero) 크레이터에 착륙했다. 이 지역은 과거에 강과 호수가 있었던 흔적으로 추정되는 지형으로, 미생물의 흔적이나 유기물의 잔재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퍼서비어런스는 단순히 표면을 찍고 돌아다니는 로봇이 아니다. 암석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하며, 이를 향후 지구로 되돌려보낼 수 있도록 보관하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퍼서비어런스와 함께 간 또 하나의 기계, ‘인제뉴어티(Ingenuity)’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실험이다. 인제뉴어티는 인류 최초의 외계 행성 드론으로, 2021년 4월 첫 비행에 성공하며 ‘화성 대기에서의 동력 비행’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밖에 되지 않아, 이처럼 희박한 환경에서 비행체가 뜨고 나는 일은 굉장히 까다롭다. 하지만 인제뉴어티는 기체 설계와 회전 날개의 속도 조절, 자율비행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후 50차례 이상의 비행을 이어갔다.
또한 퍼서비어런스는 MOXIE라는 실험 장비를 통해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시험 중이다. 이는 장차 유인 탐사와 인간 거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현지 자원을 활용한 생존 전략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마이크도 장착하고 있어, 인류는 처음으로 화성에서 실제 바람 소리를 듣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성 탐사는 이제 단순한 로봇의 왕복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그곳의 자연과 대화하고 정보를 쌓아가는 단계로 진입했다.
인간의 발걸음을 준비하며: 화성 탐사의 미래와 새로운 전환점
이제 화성 탐사는 다음 단계, 즉 인간의 직접 탐사로 옮겨가려는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NASA는 2030년대 초반을 목표로 유인 탐사 미션을 계획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는 이미 ‘스타십(Starship)’ 개발을 통해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실현 중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우주 비행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을 화성에 보낸다는 것은 곧 생존, 의학, 심리학, 에너지, 통신, 사회 구조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얽히는 거대한 통합 프로젝트이자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기술로도 화성까지 가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왕복이 아닌 ‘정착’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먼저 방사선 문제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어, 우주선뿐 아니라 지표에서도 인체는 방사선에 노출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주거지는 지하에 짓거나 두꺼운 차폐 구조를 가져야 한다. 식량 문제도 크다. 모든 식량을 지구에서 가져올 수 없기에, 화성에서 자급 가능한 식물 재배 시스템과 물 재순환 기술이 요구된다. 통신 역시 지연 시간이 길어 실시간 소통이 어렵고, 고립된 환경에서 인간이 정신적으로 겪는 문제는 어떤 생존 장비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화성을 향한 열망을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화성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가?”, “지구라는 터전이 아닌 곳에서도 인간 사회는 존속할 수 있는가?”라는 깊은 물음을 던진다. 동시에 화성은 우리에게 경고도 한다. “지구를 망가뜨리고 떠나려 하는 건 아닌가?”, “새로운 행성에서도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반성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앞으로의 화성 탐사는 단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기술뿐 아니라 윤리와 상상력, 그리고 인류 전체의 협력이 함께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붉은 별을 망원경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곳을 걷고, 들으며, 마침내 살아갈 날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